Spider-Man 3, 스파이더맨 3 (댄스씬, 심비오트, 베놈)
댄스씬이 웃기기만 했다면 샘 레이미가 아니었다
솔직히 처음 극장에서 그 장면 봤을 때 수치사할 뻔 했습니다. 피터 파커가 앞머리 내리고 재즈바에서 혼자 신나게 흔들어대는 장면인데, 옆에 앉아 있던 친구랑 눈도 못 마주쳤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지금 돌아보면 이게 단순한 개그씬이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심비오트(Symbiote)란 숙주의 신체 능력과 공격성을 극단적으로 증폭시키는 외계 기생 생명체를 말합니다. 코믹스 기준으로 보면 평범한 인간이 심비오트에 감염될 경우 폭력적인 살인까지 저지르게 됩니다. 그런데 토비 맥과이어의 피터 파커는 심비오트에 잠식당한 상태에서 한 가장 나쁜 짓이 고작 교수님한테 건방 떨기, 집주인한테 당연한 권리 주장하기, 그리고 저 유명한 댄스입니다.
샘 레이미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피터의 본성이 얼마나 선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합니다. 심비오트가 아무리 악의 씨앗을 심어봤자, 피터에게는 중2병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연출이 처음엔 황당했지만 나중에 이해하고 나서 오히려 감탄했습니다. 원작 파괴처럼 보이지만, 피터라는 캐릭터를 가장 깊이 이해한 장면 중 하나라고 봅니다.
덧붙이면 대본에는 이 댄스가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지 않았고, 토비 맥과이어가 촬영 당시 즉흥으로 춘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 즉흥 댄스를 완성하는 데 무려 2주가 걸렸다는 것도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지점입니다.
심비오트가 만든 디테일들, 슈트 색부터 창문까지
스파이더맨 3 제작 과정에서 총 40벌의 슈트가 사용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화제였던 블랙 슈트, 즉 심비오트 슈트(Symbiote Suit)는 원래 완전한 검정색으로 만들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제작해보니 라텍스 질감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서 결국 회색 거미줄 무늬를 추가했다고 합니다. 현실적인 문제가 오히려 완성도를 높인 사례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건 심비오트의 소리 민감성 설정이었습니다. 심비오트는 청각 취약성(Auditory Vulnerability)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란 소리 자극에 극도로 약한 성질을 의미합니다. 영화 속 피터가 블랙 슈트를 입고 있을 때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창문을 먼저 닫는 장면이 반복되는데, 처음엔 무심코 넘겼지만 나중에 알고 나서 다시 보니 정말 꼼꼼한 디테일이었습니다.
또한 피터가 블랙 슈트를 입고 있는 동안 반복적으로 자신의 가슴 부분을 손으로 짚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는 심비오트가 나쁜 행동을 유도할 때마다 피터가 양심의 가책(Guilt)을 물리적으로 느끼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대사 하나 없이 손동작 하나로 내면 갈등을 보여준 연출이었습니다.
영화 도입부에서 심비오트가 피터의 오토바이 번호판에 달라붙는 장면에서는 이스터에그(Easter Egg), 즉 제작진이 숨겨둔 숨겨진 메시지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심비오트가 베놈을 상징하는 V자 모양으로 번호판에 붙어 있는데, 꼼꼼히 챙겨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장면입니다.
베놈과 샌드맨, 소니가 밀어 넣은 빌런과 감독이 선택한 빌런
스파이더맨 3의 빌런 구성에는 사실 꽤 복잡한 배경이 있습니다. 샘 레이미 감독은 원래 메인 빌런으로 샌드맨(Sandman) 하나만 집중적으로 다루려 했습니다. 그런데 소니 측에서 인기 빌런인 베놈(Venom)을 반드시 넣으라고 강하게 압박했고, 결국 두 빌런이 함께 등장하는 구조가 됐습니다. 이후 소니와 샘 레이미의 불화가 심화되면서 4편 계획도 무산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샌드맨의 시각 효과를 구현하는 데 제작진은 무려 3년을 투자했습니다. CG 프로그램 개발부터 모래 역학 실험, 모래 조각가 초빙까지 거쳤다고 합니다. 모래 대신 옥수수 숯가루를 사용한 것도 카메라 반사율과 배우 안전을 동시에 고려한 결정이었습니다. 배우 토마스 헤이든 처치는 실수로 진짜 벽돌을 향해 풀스윙을 날려 손가락 관절 3곳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반면 베놈의 제작 과정은 배우에게는 그야말로 고행이었습니다. 에디 브록 역의 토퍼 그레이스는 베놈 수트를 착용하는 데만 기본 시간이 소요됐고, 보철물과 끈적한 물질까지 더하면 4시간 이상이 걸렸습니다. 가짜 이빨로 인해 입 안은 항상 멍투성이였고, 결국 수트를 입은 상태에서는 물 한 모금도 안 마셨다고 합니다. 화장실 한 번 가는 것도 포기한 채로 촬영한 셈입니다.
샘 레이미 감독이 이 영화에서 담고자 했던 주제는 어두운 면을 가진 영웅과 동정적인 면을 가진 빌런이었습니다. 그 의도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쪽은 사실 베놈보다 샌드맨이었습니다. 원작에는 없었던 아내와 딸이라는 설정을 새롭게 추가한 것도, 샌드맨을 단순한 악당이 아닌 오해받은 존재로 그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스파이더맨 3부작을 통틀어 살아남은 유일한 빌런이 샌드맨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스파이더맨 3 흥행 성적과 장르 내 위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2007년 북미 박스오피스 연간 1위 달성
- 슈퍼히어로 장르 흥행 기록을 2008년 다크나이트 전까지 유지
- 마블 영화 기준으로는 2012년 어벤져스 전까지 1위 유지
- 전작 대비 완성도 논란에도 불구하고 3부작 중 최고 흥행 기록
해리의 죽음, 그리고 토비 맥과이어가 남긴 것
개인적으로 스파이더맨 3에서 가장 잊히지 않는 장면은 댄스도 베놈도 아닙니다. 해리가 피터를 살리기 위해 뛰어들고, 결국 죽어가는 장면입니다. "우린 친구잖아"라는 피터의 대사에서 저는 극장에서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1편부터 3편까지 내내 쌓아온 두 사람의 관계가 저 한 장면으로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해리의 죽음은 원작에서 고블린 혈청 중독으로 처리된 것과 달리, 영화에서는 그의 아버지 노먼 오스본과 비슷한 방식으로 각색됐습니다. 감독이 의도적으로 선택한 구조였고, 그 덕분에 3편의 마무리가 단순한 액션 영화로 끝나지 않고 감정적인 무게를 가질 수 있었다고 봅니다.
영화 속 브금과 사운드트랙 완성도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곡가 크리스토퍼 영이 맡은 음악은 각 장면의 감정선을 정확히 짚어냅니다. 특히 해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서사적으로 끌고 가는 역할을 합니다. 샘 레이미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음악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캐릭터 면에서도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그웬 스테이시 역은 스칼렛 요한슨, 엘리샤 커스버트 등이 물망에 올랐다가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최종 캐스팅됐는데, 크레인 사고 장면을 임신 초기인 줄도 모른 채 스턴트 없이 직접 소화했다고 합니다. 원래 빨간 머리인 브라이스는 금발로, 원래 금발인 커스틴 던스트는 빨간 머리로 각각 염색한 것도 재미있는 사실입니다. 코믹스 원작에서 그웬이 금발, MJ가 빨간 머리라는 설정을 그대로 유지한 결과입니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은 원작에서 벗어난 설정들로 논란이 많았습니다. 손목에서 거미줄이 나오는 설정이나, 샌드맨이 벤 삼촌의 진짜 살인자라는 각색은 코믹스 팬들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감독은 그 변화들을 이유 없이 한 게 아니라 영화 속 서사 안에서 맥락을 만들어줬습니다. 원작 애니메이션과 코믹스를 챙겨본 입장에서도 결국 그 연출의 의도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게 샘 레이미 스파이더맨이 아직도 회자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스파이더맨의 북미 흥행 기록에 대한 더 자세한 데이터는 출처: Box Office Mojo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파이더맨 3 댄스씬은 왜 만든 건가요?
A. 심비오트(Symbiote)가 숙주의 폭력성을 극대화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피터 파커처럼 선천적으로 선한 인물에게는 그 효과가 중2병 수준에 그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이었습니다. 샘 레이미 감독이 상당히 고민한 끝에 탄생한 장면이며, 토비 맥과이어가 즉흥으로 춘 춤을 완성하는 데 2주가 걸렸습니다. 처음엔 황당하게 보이지만 캐릭터 해석으로는 꽤 정교한 선택이었습니다.
Q. 베놈이 3편에 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샘 레이미 감독은 원래 샌드맨 하나에 집중하려 했으나 소니 측의 강력한 요구로 베놈이 추가됐습니다. 이 결정 이후 감독과 소니의 불화가 깊어졌고, 결국 4편 계획이 무산되며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3편으로 마무리됩니다. 실제로 유출된 스토리보드에 따르면 4편에는 리저드, 벌처, 미스테리오가 등장할 계획이었습니다.
Q. 샌드맨의 딸 설정은 원작에도 있나요?
A. 아닙니다. 아내와 딸이라는 설정은 감독 샘 레이미가 영화를 위해 새롭게 만든 것입니다. 어두운 면을 가진 영웅과 동정적인 면을 가진 빌런이라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추가된 설정이며, 덕분에 샌드맨은 3부작 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빌런이 됩니다.
Q. 스파이더맨 3가 혹평받았음에도 흥행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완성도에 대한 평가와 흥행은 별개의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3편은 1, 2편을 거치며 쌓인 캐릭터와 서사에 대한 관객의 애정이 이미 상당히 컸고, 심비오트와 블랙 슈트, 베놈이라는 소재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습니다. 실제로 2007년 북미 기준 연간 1위를 기록했으며, 슈퍼히어로 영화로서는 2008년 다크나이트 이전까지 흥행 1위를 유지했습니다.
Q. 스파이더맨 3에 실제 카메오로 등장한 인물들은 누구인가요?
A. 작곡가 크리스토퍼 영, 프로듀서 그랜트 커티스, 감독의 동생 테드 레이미, 그리고 마블 코믹스의 아버지 스탠 리가 등장합니다. 배우 브루스 캠벨은 3부작 전체에 걸쳐 매번 다른 역할로 나왔는데, 3편에서는 피터의 프러포즈를 돕는 프랑스 레스토랑 웨이터로 등장합니다.
스파이더맨 3는 제게 단순한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닙니다. 어릴 때 1편부터 극장과 TV 앞에서 챙겨보면서 해리와 피터의 관계, 토비 맥과이어의 표정 연기에 감정이입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 시절을 거쳐온 사람이라면 완성도 논란과 관계없이 이 영화에 특별한 온도가 있다는 걸 알 것입니다. 3편을 오랫동안 안 보셨다면, 이번엔 댄스씬과 창문 닫는 장면에 집중하면서 다시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분명히 처음과 다르게 보일 겁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A5_hLsLqit4 https://www.boxofficemojo.com/title/tt0413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