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der-Man: Homecoming, 스파이더맨 홈커밍 (홈커밍, 이스터에그, 성장서사)
홈커밍이 고른 무대, 교외와 고등학교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들이 뉴욕 맨해튼의 고층 건물 사이를 누비는 장면을 히어로 액션의 기본값처럼 써왔다면, 홈커밍은 아예 배경 자체를 교외로 옮겨버립니다. 고층 빌딩이 없으니 웹 스윙(Web Swing), 즉 거미줄을 이용해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 특유의 이동 방식을 제대로 쓸 수가 없습니다. 이게 처음엔 "왜 거미줄 날기를 안 하지?"라는 아쉬움처럼 느껴졌는데, 알고 보니 이것도 코믹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Amazing Spider-Man) 267호에 대한 이스터에그(Easter egg), 즉 팬들을 위해 숨겨 놓은 숨은 참조였습니다. 코믹스에서 피터가 도시 외곽에서 히어로 활동을 하다 웹 스윙을 못 했던 에피소드 번호가 267호인데, 영화 속 차량 번호판 'ASM-267'이 그것을 그대로 담은 겁니다. 이런 디테일을 발견하고 나니 감독이 단순히 배경만 바꾼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MCU 역사상 최초의 청소년 히어로라는 설정을 살리기 위해 감독은 세계를 구하는 영웅의 스케일보다 아직 서툴고 풋풋한 피터 파커(Peter Parker)의 일상에 집중했습니다. 학교 복도에서 어색하게 껴안고, 짝사랑 앞에서 쩔쩔매고, 히어로 활동 중 실수를 연발하는 장면들이 그 증거입니다. 재밌는 건 영화 초반에 피터가 토니 스타크(Tony Stark)를 만나 어색하게 껴안는 장면이 원래 대본에는 없었다는 점입니다. 톰 홀랜드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껴안았고, 로다주가 바로 반응하면서 그 씬이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나중에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둘의 포옹 장면이 그토록 감동적으로 느껴진 데는 이 첫 만남의 어색함이 쌓여온 역사가 있었던 것 아닐까요.
미드타운 과학고등학교의 교복 블레이저 색깔이 노란색이라는 것도 그냥 지나치기 아깝습니다. 스파이더맨 수트는 빨강과 파랑인데, 이 빨강과 노란 컬러링은 아이언맨 수트 컬러링과 일치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처음 알았을 때 마블이 시각적 언어로 "이 피터는 아이언맨의 후계자"라는 메시지를 은근히 심어놓은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정교합니다.
슈트 하나에 담긴 설계 의도와 숨겨진 디테일, 이스터에그
홈커밍 슈트는 MCU 스파이더맨을 기존 시리즈와 가장 확실하게 갈라놓는 요소입니다. 토니가 직접 설계한 이 슈트에는 인공지능(AI) 보조 시스템인 캐런(Karen)이 탑재되어 있는데, 캐런의 목소리를 맡은 배우가 비전(Vision)을 연기했고 자비스(JARVIS)의 목소리이기도 한 배우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왠지 묘한 연결고리가 느껴졌습니다. 마블이 이 캐스팅을 우연히 고른 것인지, 아니면 세계관 내 AI 시스템들 사이의 어떤 연결을 암시하려 했는지 지금도 궁금합니다.
슈트 외형에서도 짚어볼 게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갑자기 웬 날개냐", "거미 로고가 왜 이렇게 짜리몽땅해졌냐"고 반응했는데,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날개(웹 윙)도, 움직이는 눈도, 짧고 귀여운 거미 로고도 전부 1962년 오리지널 코믹스 스파이더맨 디자인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팬들이 못생겼다고 놀린 그 로고가 사실 가장 원형(原型)에 가까운 디자인이었던 겁니다. 이런 걸 알고 나면 처음 봤을 때의 인상이 완전히 달라지죠.
그리고 저는 토니가 왜 이 슈트에 낙하산, 히터, 위치추적기 같은 기능들을 하나씩 달았는지에 대한 팬들 사이의 뇌피셜(팬 해석)이 꽤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빌 워에서 워머신(War Machine)이 추락한 사고, 아이언맨 3에서 추운 지역에 불시착했던 경험들이 토니에게는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고, 그 기억들이 피터의 슈트 설계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해석입니다. 증명된 사실은 아니지만, 토니라는 캐릭터의 성격과 지나치게 잘 맞아떨어집니다.
이 슈트의 기능들은 사실 극적 장치(劇的裝置), 즉 스토리 안에서 특정 효과를 내기 위해 설계된 서사 도구로도 기능합니다. 영화 초중반의 피터는 슈트의 신기능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후반부에는 아무 기능 없는 구식 슈트를 입고 벌처(Vulture)를 상대합니다. 슈트가 아니라 피터 자신이 성장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구성입니다. 그 구식 슈트가 바로 친구 네드(Ned)가 만들어준 수제 슈트인데, 이 네드라는 캐릭터의 이름은 코믹스 원작에서 따왔지만 성격과 캐릭터 설정은 얼티밋 스파이더맨(Ultimate Spider-Man) 시리즈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홈커밍 슈트에 담긴 변화 포인트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움직이는 눈(렌즈): 1962년 오리지널 코믹스 디자인에서 복원, 감정 표현 가능
- 웹 윙(Web Wing): 겨드랑이 부분의 날개 구조, 역시 초기 코믹스에서 따온 디자인
- 인공지능 캐런(Karen): 슈트 내장 AI 시스템, 피터와 대화하며 정보 제공
- 낙하산 및 히터: 토니의 과거 사고 경험에서 비롯된 안전 기능으로 추정
- 소형 거미 로고: 원작 초기 스타일 복원으로 기존 시리즈와 시각적으로 차별화
벌처라는 빌런이 남긴 것, 그리고 성장서사의 완성
홈커밍의 메인 빌런 벌처(Vulture)를 연기한 마이클 키튼(Michael Keaton)은 이 영화에서 단순히 악당 역할 이상을 해냅니다. 벌처 코스튬(Costume)은 원작 코믹스의 다소 촌스러운 원색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저도 처음 봤을 때 이 빌런이 MCU에서 가장 현실감 있는 빌런 중 하나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세계를 지배하려는 게 아니라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선택을 잘못한 사람, 그게 벌처의 본질이니까요.
특히 영화 중반, 피터가 벌처의 차 안에서 단둘이 대면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씬입니다. 마이클 키튼이 너무 리얼하게 연기한 나머지, 톰 홀랜드가 벌처라는 캐릭터가 아닌 마이클 키튼이라는 배우 자체를 무서워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피터가 차 안에서 벌벌 떠는 그 모습은 연기가 아니라 실제 공포였다는 얘기입니다. 그게 화면에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그냥 지나쳤다면 몰랐을 디테일인데, 알고 나서 다시 보면 그 씬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집니다.
달을 배경으로 하늘에 떠 있는 벌처의 실루엣 장면은 마이클 키튼이 연기한 배트맨(Batman) 명장면의 오마주(Hommage), 즉 원작에 대한 경의를 담은 재현입니다. 마이클 키튼은 촬영 현장에서 틈만 나면 톰 홀랜드에게 자신이 원조 배트맨이라고 강조하고 다녔다고 하는데, 마블이 그 배트맨 배우에게 이런 장면을 선물한 셈이죠. 재밌게도 마이클 키튼은 DC와 마블 양쪽 모두에서 상징적인 장면을 남긴 몇 안 되는 배우가 됐습니다.
홈커밍을 보고 나서 저는 스마트 시대에 맞게 테크놀로지화(Technologization)된 스파이더맨, 즉 기술 중심으로 재편된 스파이더맨이 신선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쉬운 것도 있었습니다. 주변 히어로들의 조력과 토니의 기술력에 많이 기대는 구조가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만의 고독한 매력을 희석시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 부분은 지금도 생각이 나뉘는 지점입니다. MCU 세계관에 녹아드는 장점과 스파이더맨 단독 히어로로서의 정체성 사이의 균형, 그게 홈커밍이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숙제이기도 합니다.
한편, 영화 안에는 이후 시리즈로 이어지는 떡밥도 심겨 있습니다. 총기 거래 현장에 등장한 인물이 사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빌런이자 마일스 모랄레스(Miles Morales)의 삼촌인 애런 데이비스(Aaron Davis)로 밝혀졌고, 이는 MCU 세계관에도 마일스가 존재함을 암시하는 복선(伏線)입니다. 쉽게 말해 마일스 모랄레스라는 또 다른 스파이더맨의 등장을 예고하는 장치입니다. MCU 스파이더맨 관련 최신 공식 발표는 마블 공식 사이트(Marvel Entertainment)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이후 세 편의 시리즈를 관통하는 제목 폰트 디자인에도 성장서사가 숨어 있습니다. 홈커밍에서는 노란 컬러에 빨간 테두리, 파 프롬 홈에서는 붉은 컬러에 노란 테두리, 노 웨이 홈에서는 파란 컬러에 붉은 테두리로 바뀝니다. 이 색의 변화가 단순한 디자인 선택이 아니라 피터의 내면 성장을 색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는데, 저는 이 관점이 꽤 설득력 있다고 봅니다. 노 웨이 홈을 보면서 눈물이 났던 건 그 성장의 끝이 비로소 느껴졌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이 원조 스파이더맨다운 정서를 가장 잘 담아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가장 익숙한 스파이더맨은 역시 홈커밍 시리즈의 피터 파커입니다. MCU 전반에 걸친 스파이더맨 세계관 확장에 대한 분석은 IMDB 스파이더맨 홈커밍 페이지에서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차량 번호판 ASM-267이 이스터에그라는 게 사실인가요?
A. 맞습니다. ASM-267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Amazing Spider-Man) 코믹스 267호를 가리키는 이스터에그입니다. 해당 에피소드에서 스파이더맨은 고층 건물이 없는 교외에서 활동하다 웹 스윙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데, 홈커밍도 의도적으로 교외를 배경으로 설정해 이 에피소드를 오마주했습니다. 이런 디테일을 발견하고 나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지지 않으신가요?
Q. 톰 홀랜드가 마이클 키튼을 진짜로 무서워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A. 여러 인터뷰와 촬영 후일담을 통해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영화 중반 벌처의 차 안에서 단둘이 대면하는 장면에서 마이클 키튼의 연기가 너무 실감나서 톰 홀랜드가 캐릭터가 아닌 키튼 본인을 무서워했다고 합니다. 즉, 피터가 벌벌 떠는 그 모습은 순수한 연기가 아니라 실제 반응이 섞인 결과였다는 거죠. 그래서 그 씬의 긴장감이 더 살아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Q. 홈커밍 슈트의 거미 로고가 작아진 이유가 따로 있나요?
A. 처음 공개됐을 때 "톰 홀랜드가 키가 작아서 로고도 짜리몽땅해진 거 아니냐"는 농담이 돌았는데, 실제로는 1962년 오리지널 코믹스의 초기 스파이더맨 디자인을 그대로 복원한 것입니다. 날개 구조인 웹 윙과 움직이는 렌즈 눈도 마찬가지로 원작 초기 디자인에서 따온 것이라, 어떻게 보면 가장 원형에 충실한 슈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홈커밍 시리즈 폰트 색상 변화가 성장서사를 상징한다는 게 마블 공식 설정인가요?
A. 마블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은 아닙니다. 팬들 사이에서 퍼진 분석이지만, 홈커밍-파 프롬 홈-노 웨이 홈으로 이어지는 색의 변화가 피터의 심리적 성장과 너무 잘 맞아떨어져서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의도된 설계인지 아닌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Q. 아이언맨 2 속 꼬마가 피터 파커라는 게 정말 공식 설정인가요?
A. 네, 공식 설정입니다. 처음에는 팬들이 "그 꼬마가 피터 아니냐"는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렸고, 마블이 이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어 공식 설정으로 채택했습니다. 아이언맨 2에서 로봇 드론 앞에서 용감하게 버티던 꼬마가 피터 파커이고, 그 지역이 피터가 살던 동네이며, 토니가 그를 구해준 것이 두 사람의 첫 만남이 됩니다. 홈커밍 엔딩 크레딧에서 이를 공식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홈커밍은 스파이더맨이 마블로 돌아온 귀향의 시작이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피터 파커라는 한 소년이 히어로로 성장하는 긴 여정의 첫 발이기도 했습니다. 숨겨진 이스터에그와 슈트 디테일, 배우들의 현장 에피소드를 하나씩 알아갈수록 이 영화가 단순한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 이상이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아직 홈커밍을 보지 않으셨다면 이 글을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처음부터 보시길 권합니다. 분명 처음과 다른 장면들이 보일 겁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EOm8HSp7vY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