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on Man 1 (MCU 시작, 로다주 캐스팅, 클리셰 파괴)
## MCU 시작: 마블이 직접 만든다는 게 왜 달랐나
일반적으로 슈퍼히어로 영화는 대형 스튜디오가 판권을 사서 제작하는 구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아이언맨의 판권은 한때 폭스가 보유하고 있었고, 그 이전엔 유니버설 시네마가 2006년 개봉을 추진하다 무산된 적도 있었습니다. 결국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서 판권이 마블로 돌아왔고, 이것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MCU란 마블이 자사 캐릭터들을 하나의 공유 세계관으로 묶어 영화를 제작하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말합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이건 여느 판타지 영화랑 결이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초능력 대신 공학 기술로 설명되는 설정이 훨씬 사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마법이나 외계 혈통 같은 장치 없이, 천재 공학자가 동굴에서 장비를 조립해 탈출한다는 서사가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아이언맨 1편은 개봉 당시 같은 해에 등장한 강력한 경쟁작에 밀려 평가가 다소 낮았지만, 북미 흥행 성적으로는 당해 2위를 기록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이 영화가 없었다면 어벤져스도, 인피니티 워도 없었을 것입니다. 영화 한 편이 하나의 세계관을 설계한 시작점이 된 사례는 영화사에서도 드문 일입니다([출처: 마블 공식 사이트](https://www.marvel.com)).
## 로다주 캐스팅: 스크린 테스트가 결정한 전설
이 부분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당시 후보군에는 클라이브 오웬, 샘 록웰 같은 배우들도 거론되었고, 훨씬 이전 단계에서는 톰 크루즈의 이름도 오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스크린 테스트(screen test), 즉 배우가 실제 카메라 앞에서 배역을 연기해 보는 오디션 과정에서 로버트 다운니 주니어가 토니 스타크 그 자체로 걸어 들어왔고, 결국 캐스팅이 확정되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많은 분들이 로다주의 캐스팅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데, 당시 그는 과거의 어두운 시절을 딛고 막 재기하던 배우였습니다. 마블이 그를 캐스팅한 건 상당한 도박이었고, 그 도박이 MCU 전체를 살린 셈입니다. 귀국 후 기자 회견 장면에서 토니가 먹는 치즈버거도 사실 로다주 본인의 실제 이야기에서 나온 것으로, 과거 어두운 시절 그를 정신 차리게 해준 음식을 일종의 상징으로 넣은 것이라고 합니다.
촬영 측면에서도 저는 꽤 놀랐는데, 마크 1 수트는 실제로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촬영용 수트였고 무게가 58kg에 달했다고 합니다. 한 번 착용할 때마다 스태프들이 전동 드라이버로 450개 부품을 일일이 조립했다는 사실은 CG 의존도가 높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완전히 뒤집는 부분입니다. 비행 연습 장면에서는 두 명의 스태프가 팔과 다리에 각각 와이어를 연결해 꼭두각시 인형처럼 조종했다고 하니, 공들인 아날로그 연출이 영화의 사실감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아이언맨 1편 속 로다주 캐스팅과 촬영 방식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스크린 테스트에서 경쟁자들을 제치고 로다주가 캐스팅 확정
- 마크 1 수트: 실제 알루미늄 제작, 무게 58kg, 부품 450개
- 비행 장면: CG가 아닌 4개의 와이어를 스태프 2명이 직접 조종
- 화염 방사기 장면: 실제 불을 뿜어낸 후 CG로 후보정
## 클리셰 파괴: "나는 아이언맨이다"가 바꾼 것들
일반적으로 슈퍼히어로 영화는 비밀 신원(secret identity) 보호를 핵심 설정으로 갖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밀 신원이란 히어로가 일반인으로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장치로,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나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런데 아이언맨 1편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공식을 정면으로 깨버렸습니다.
"나는 아이언맨이다"라는 대사를 제안한 사람은 각본가가 아니라 로다주 본인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토니였다면 신분을 숨기지 않았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마블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각본가가 작업 중도에 이탈하면서 존 파브로 감독과 제프 브리지스, 로다주가 처음부터 각본을 뜯어고치는 열악한 제작 환경 속에서 탄생한 장면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 사실을 나중에 알고 나서 더 놀랐습니다. 명장면이 각본에 없던 즉흥 아이디어였다는 게 믿기지 않았거든요.
이 영화에는 이스터 에그(easter egg)도 촘촘하게 숨어 있습니다. 이스터 에그란 콘텐츠 속에 제작진이 숨겨 놓은 숨은 참조나 메시지를 말합니다. 로디의 마크 2 수트를 바라보는 장면은 워 머신에 대한 떡밥이었고, 캡틴 아메리카 방패 모형이 배경에 등장하는 장면, 핀 팡팡 포스터, 쿠키 영상의 닉 퓨리까지 전부 이후 MCU 세계관을 향한 복선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장난처럼 언급했던 헐크, 스파이더맨, 뮤턴트가 지금은 전부 MCU에 합류했다는 점도 재밌는 사실입니다.
오베디아 스텐이 토니를 기다리며 살리에리의 피아노 곡을 연주하는 장면도 저는 그냥 지나쳤는데,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시기해 독살했다는 루머와 오베디아가 토니를 살해하려 한다는 설정을 연결한 복선이었습니다. 이런 겹겹이 쌓인 디테일이 MCU가 단순한 오락 영화 이상의 세계관으로 성장하게 만든 토대였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서사 구조와 캐릭터 구축 방식에 대한 분석은 영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다뤄지고 있습니다([출처: IMDb](https://www.imdb.com/title/tt0371746/)).
아이언맨 1편은 지금 다시 봐도 잘 만든 영화입니다. 로다주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그 마지막 한 문장이 없었다면 마블이 지금의 자리에 있었을지 저는 솔직히 확신하지 못합니다. 로디 역할을 2편부터 배우가 교체된 것이 아직도 조금 아쉽지만, 그런 사소한 몰입 단절을 감안하더라도 이 영화가 세운 설계도는 훌륭했습니다. MCU를 아직 한 번도 처음부터 본 적 없는 분이라면, 아이언맨 1편부터 시작하는 것을 권합니다. 38편의 시작이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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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cTr_rq8uK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