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s, Inc. 몬스터 주식회사 (제작비하인드, 캐릭터설정, 픽사철학)

영화 리뷰





 

 몬스터 주식회사의 주인공은 설리입니다. 마이크가 주인공인 줄 알았다면, 저도 한동안 그랬습니다. 유치원 때 아빠가 DVD를 사 오셨는데 표지가 무섭다며 울다가, 막상 보고 나서 충격적으로 재밌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2001년작 픽사 애니메이션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생생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제작 비하인드와 캐릭터 설정, 그리고 픽사가 담아낸 철학에서 찾아봤습니다.

제작비하인드: 완성까지 5년, 그 사이에 있었던 일들

몬스터 주식회사는 완성까지 꼬박 5년이 걸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 제작 기간이 길면 그만큼 완성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작품의 경우는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다만 그 5년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초기 기획에서는 할로윈 마을처럼 전통적인 괴물 도시를 배경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같은 분위기를 떠올리면 될 것 같은데, 결국 현대 도시 배경으로 바뀐 이유가 꽤 설득력 있습니다. 몬스터들이 아이들을 겁주는 행위가 취미가 아니라 생계를 위한 직업이라는 설정을 표현하기에, 현대적인 직장 문화가 훨씬 잘 맞았던 겁니다.

물리 엔진(Physics Engine) 얘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물리 엔진이란 컴퓨터 그래픽에서 물체의 움직임과 질감을 현실처럼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을 뜻합니다. 설리는 픽사 역사상 최초의 털북숭이 캐릭터였는데, 당시 기술로는 수백만 가닥의 털이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걸 표현하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결국 픽사는 피츠(Fizt)라는 전용 물리 엔진을 새로 개발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피츠(Fizt)란 픽사가 설리의 털 표현을 위해 자체 제작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로, 이후 픽사 작품들의 기술적 토대가 됩니다.

저작권(Copyright) 문제도 꽤 웃깁니다. 저작권이란 창작물을 만든 사람이 갖는 법적 보호 권리를 말합니다. 극 중 가장 큰 몬스터 테드에게 고질라 목소리를 쓰려 했지만, 판권을 가진 일본 토호 스튜디오가 허락을 거부했습니다. 부가 화장실에서 흥얼거리던 노래도 원래는 유명 동요였는데 역시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결국 픽사의 모회사 디즈니 노래 '미녀와 야수'와 부의 즉흥 가사를 합성한 버전으로 대체됐습니다. 그리고 9.11 테러 이후에는 원래 계획했던 레스토랑 폭파 장면도 삭제됐습니다. 어찌 보면 제약이 많았던 작품인데, 그럼에도 완성도가 높다는 게 신기하긴 합니다.

제작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숨은 디테일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코드네임 2319: 23번째 알파벳 W와 19번째 알파벳 S를 합친 WS, 즉 화이트 삭스(White Socks)를 뜻합니다. 인간 세계 물건이 몬스터 세계로 넘어왔음을 알리는 신호로, 후반부 탈출 장면에서도 같은 하얀 양말이 쓰입니다. 그 후로 부는 짝짝이 맨발로 등장합니다.
  2. 해리 하우스 레스토랑: 고전 괴수 영화 특수효과의 거장 레이 해리하우젠(Ray Harryhausen)에 대한 오마주입니다. 레스토랑 셰프인 문어 몬스터의 다리가 8개가 아닌 6개인 것도, 해리하우젠이 저예산으로 찍은 영화에서 예산 부족으로 문어 다리를 6개만 만든 것을 그대로 재현한 겁니다.
  3. 설리의 소파에는 꼬리를 넣을 수 있도록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배경 소품 하나에도 캐릭터 설정을 녹여넣는 픽사의 집착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4. 엔딩 크레딧의 NG 씬: 몬스터 주식회사는 픽사 전통이었던 엔딩 크레딧 NG 씬이 마지막으로 등장한 작품입니다.

캐릭터설정: 설리가 주인공이고, 마이크는 진짜 개고생했습니다

저도 오래 마이크가 주인공인 줄 알고 있었는데, 설리가 주인공이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동그랗고 말 많은 캐릭터가 서사를 이끄는 주인공처럼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 영화의 감정선과 성장 서사는 설리를 중심으로 흐릅니다.

제임스 P. 설리반, 별명 설리는 229cm에 345kg의 몬스터입니다. 초기 디자인은 갈색 털에 촉수를 가진, 솔직히 말하면 좀 모자란 인상의 캐릭터였습니다. 당시 스토리에서 설리는 회사 잡일꾼이었고, 랜달이 엘리트였습니다. 나중에 설정이 뒤집히면서 설리가 회사 최고 겁주기 선수로 바뀌고, 그에 맞게 외모도 현재의 듬직한 모습으로 변경됐습니다.

저는 30대가 지났는데도 설리가 최애 캐릭터입니다. 도쿄 디즈니에 갔을 때 설리 관련 굿즈를 닥치는 대로 사 왔는데, 돌아보면 어릴 때 친구가 많지 않았던 저에게 그 딸바보 같은 듬직함이 위안이 됐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지치는 날에 맥주 한 잔 하면서 이 영화를 꺼내 보는데, 이유가 없지 않았던 거죠.

마이크 와조스키(Mike Wazowski)는 조연이자 개그 담당이지만, 사실상 이 영화의 숨은 공신입니다. 마이크는 자신이 TV나 잡지에 등장할 때마다 항상 무언가에 얼굴이 가려지는데, 이게 반복되다 보니 하나의 밈(Meme)이 됐습니다. 밈이란 인터넷을 통해 자생적으로 퍼지는 문화적 유머 코드를 뜻합니다. 해외에서는 DVD 케이스나 포스터로 마이크 얼굴을 가리는 일종의 전통이 생겨났을 정도입니다.

부의 성우 이야기는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부의 실제 이름은 메리 깁스로, 픽사 직원 롭 깁스의 딸입니다. 녹음 당시 진짜로 4살이었는데, 너무 어린 탓에 스튜디오를 뛰어다니는 걸 제작진이 마이크를 들고 쫓아다니며 간신히 녹음했다고 합니다. 부의 알아들을 수 없는 옹알이가 그래서 그렇게 자연스러웠던 겁니다. 그런데 영화 완성이 5년이나 걸리는 바람에, 그 사이 메리의 언어 실력이 너무 늘어서 일부 어려운 문장은 재녹음을 해야 했다는 후일담도 있습니다. 픽사 입장에서는 아이가 너무 빨리 자란 게 문제가 된 셈입니다.

애드리브(Adlib)란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즉흥 연기나 대사를 뜻하는데, 부의 대사 중 상당수가 실제 4살 아이의 순수한 애드리브였다는 점이 이 캐릭터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픽사 팬들 사이에서 부를 두고 '공식 딸내미'라고 부르는 것도,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라서가 아니라 그 안에 진짜 아이의 에너지가 담겨 있기 때문 아닐까요. 픽사는 결국 팬들의 애타는 반응에 답해 토이 스토리 4에서 부를 공식 출연시켜 주기도 했습니다.

픽사철학: 비명보다 웃음이, 공포보다 따뜻함이 더 강하다

몬스터 주식회사의 핵심 메시지는 사실 꽤 직접적입니다. 아이들의 비명으로 에너지를 얻던 세계에서, 마지막에는 웃음이 비명보다 훨씬 강력한 에너지원이라는 걸 증명합니다. 일반적으로 공포 에너지가 더 강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영화는 그 반대를 보여줍니다. 제 경험상 이런 반전 구조가 픽사 작품에서 반복되는 패턴인데, 이게 성인 관객까지 끌어들이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감독 피트 닥터(Pete Docter)는 제작 중에 첫 아이를 갖게 됐고, 그 경험이 부와 설리의 관계를 빚어냈다고 합니다. 부와 설리의 관계는 정글북의 모글리와 발루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낯선 세계에 들어온 아이를 돌보다가 결국 그 아이를 본래 세계로 돌려보내야 하는 여정이라는 구조가 닮았습니다. 그 이별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은 토이 스토리 3 엔딩에서 장난감들이 작별하는 장면에도 다시 쓰였습니다. 픽사가 '이별'이라는 감정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픽사와 디즈니를 비교해보면, 제 경험상 분명히 결이 다릅니다. 디즈니가 사랑과 동화를 이야기할 때, 픽사는 삶의 철학을 다룹니다. 집에 풍선 달고 날아가는 할아버지, 광대를 두려워하는 물고기 아빠, 비명 에너지로 도시를 운영하는 몬스터 사회, 이 소재들은 전부 황당하지만 그 안에 인간적인 무게가 있습니다. 지브리가 여러 번 볼수록 감정이 달라지는 깊이를 갖고 있다면, 픽사는 소재의 신선함과 메시지의 명확함이 강점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픽사가 이런 황당하고 신선한 소재를 더 밀어붙여줬으면 합니다. 요즘 픽사 작품들이 조금 안전해진 느낌이 드는 게 솔직히 아쉽습니다.

픽사의 작품 세계관에 대한 더 깊은 분석은 영국 영화 협회(BFI) 역대 애니메이션 100선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몬스터 주식회사는 픽사 작품들 중에서도 일관되게 상위권에 포함됩니다. 그만큼 시간이 지나도 가치를 인정받는 작품이라는 뜻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코드네임 2319가 무슨 뜻인가요?

A. 23번째 알파벳 W와 19번째 알파벳 S를 합친 WS, 즉 화이트 삭스(White Socks), 하얀 양말을 뜻합니다. 인간 세계의 물건이 몬스터 세계로 넘어왔을 때 사용하는 경고 코드입니다. 일반적으로 그냥 숫자 코드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알파벳 순번을 활용한 말장난이었습니다. 후반부 탈출 장면에서도 같은 양말이 등장하고, 그 이후 부는 짝짝이 맨발로 다닙니다.

Q. 부의 성우가 실제로 4살 아이였나요?

A. 맞습니다. 부의 성우 메리 깁스는 픽사 직원의 딸로, 녹음 당시 실제로 4살이었습니다. 너무 어려서 스튜디오를 뛰어다니는 걸 제작진이 마이크를 들고 쫓아다니며 녹음했고, 알아들을 수 없는 옹알이 대부분은 순도 100% 애드리브입니다. 영화 완성이 5년 걸리는 바람에 그 사이 메리가 자라서 일부 문장은 재녹음이 필요했다는 뒷이야기도 있습니다.

Q. 설리와 마이크 중 누가 진짜 주인공인가요?

A. 설리가 주인공입니다. 마이크가 더 말이 많고 존재감이 강해서 혼동하기 쉬운데, 영화의 감정선과 성장 서사는 설리를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일반적으로 조연처럼 보이는 마이크가 주인공이라고 착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도 한동안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Q. 픽사가 설리의 털을 표현하기 위해 새 기술을 개발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A. 사실입니다. 설리는 픽사 최초의 털북숭이 캐릭터로, 당시 기존 기술로는 수백만 가닥 털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결국 픽사는 피츠(Fizt)라는 전용 물리 엔진을 자체 개발했고, 이 기술은 이후 픽사 작품들에도 활용됐습니다. 기술적 한계를 뚫어내며 만든 캐릭터라는 걸 알고 나면 설리가 다르게 보입니다.

Q. 몬스터 주식회사 속편이나 연계 작품이 있나요?

A. 2013년에 설리와 마이크의 대학 시절을 다룬 프리퀄 몬스터 대학교가 개봉했습니다. 또한 디즈니플러스에서 몬스터 주식회사 이후 시점을 다룬 시리즈 몬스터 앳 워크가 공개됐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원작의 감동을 완전히 재현하기는 어렵고, 원작이 품고 있는 이별의 여운은 후속작에서 찾기 힘듭니다.

지치고 힘든 날에 이 영화를 다시 꺼내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모든 인연은 언젠가 끝이 나지만, 그 과정에서 쌓인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설리와 부의 이별이 그렇게 오래 마음에 남는 이유가 거기 있지 않을까요. 몬스터 주식회사를 오래 보지 않으셨다면, 오늘 밤 다시 한번 틀어보시길 권합니다. 처음 봤을 때와는 또 다른 무언가가 남을 겁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JMbzvA0uN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