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on Man 1 아이언맨 1편 (이스터에그, 캐스팅, MCU 유산)

영화 리뷰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주인공이 마스크를 벗고 "내가 바로 그 히어로야"라고 고백하는 결말, 본 적 있으신가요? 아마 2008년 이전까지는 없었을 겁니다. 아이언맨 1편은 그 공식을 처음으로 깨뜨린 영화였고, 그 한 마디가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전대미문의 프랜차이즈를 탄생시켰습니다. 저는 엔드게임에서 "아이 엠 아이언맨"이 다시 울려 퍼졌을 때 진짜 소름이 돋았는데, 그 뽕맛의 출발점이 바로 2008년 이 한 편이었다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됐습니다.

아이언맨 1편을 만든 건 로다주가 아니라 '우연'이었다

사실 아이언맨이 마블 스튜디오의 손에 들어온 건 어떻게 보면 행운에 가깝습니다. 원래 판권은 폭스가 갖고 있었고, 이후 뉴 라인 시네마가 인수해 2006년 개봉을 노렸지만 그것도 무산됐습니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서 결국 판권이 마블로 돌아왔고, 그제야 제작이 본격화됐습니다. 폭스가 엑스맨에 집중하느라 아이언맨에 무관심했던 덕분에 MCU가 탄생했다고 볼 수도 있는 셈입니다.

캐스팅도 험난했습니다. 톰 크루즈가 후보였다는 이야기는 90년대 폭스 시절 얘기이고, 마블이 직접 준비하던 시점에는 클라이브 오웬, 샘 록웰 등이 거론됐습니다. 그런데 스크린 테스트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등장하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합니다. 실제로 톰 크루즈 본인도 한 인터뷰에서 로다주의 아이언맨은 자신을 포함해 누가 했어도 안 됐을 거라고 극찬했을 정도입니다. 저도 그 말에 완전히 동의하는 편입니다. 토니 스타크라는 캐릭터는 그냥 배역이 아니라 로다주 자체였으니까요.

참고로 영화 초반 토니 스타크의 어릴 적 사진은 빌 게이츠의 유명한 사진과 로다주의 실제 어릴 적 사진을 합성한 것입니다.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살짝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만큼 제작진이 캐릭터를 공들여 구축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58kg짜리 깡통에 진짜 불을 뿜었다: 제작 이스터에그 모음

아이언맨 1편의 촬영 방식은 지금 기준으로 봐도 꽤 과감했습니다. 특히 마크 1 슈트, 즉 토니가 아프가니스탄 동굴에서 만든 첫 번째 아이언맨 갑옷은 실제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촬영용 소품이었습니다. 총 450개 부품으로 구성됐고, 무게가 무려 58킬로그램이었습니다. 착용할 때마다 스태프들이 전동 드라이버로 일일이 조립해야 했다고 하니, 현장 고생이 상당했겠다 싶습니다.

화염 방사기도 CG가 아니라 실제로 불을 뿜으며 촬영했습니다. 마크 1이 정확한 조준이 어렵기 때문에 화염 방사기를 주무기로 설정한 것 자체가 설정상으로도 자연스러운 선택이었고, 그걸 실제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집착이 느껴졌습니다. 마크 1이 망치를 두드려 만들어지는 장면의 쇠 소리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엔딩 크레딧 이후 들리는 바로 그 망치 소리와 동일합니다. 이 사실을 알고 엔드게임을 다시 봤을 때는 진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이스터에그(Easter Egg, 창작물 속에 숨겨진 비밀 메시지나 장치)도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마크 2 착용 장면 배경에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 모형이 등장합니다.
  2. 오베디아가 토니를 기다리며 연주하는 피아노 곡은 안토니오 살리에리의 곡으로, 모차르트를 시기해 독살했다는 루머와 오베디아의 캐릭터를 겹친 복선입니다.
  3. 오베디아의 책상에 있는 체스판은 코믹스 속 그의 암살자 조직 체스맨(Chessmen)에 대한 오마주입니다.
  4. F-22 전투기의 암호명 위플래시(Whiplash)는 아이언맨 2편의 메인 빌런 이름입니다.
  5. 자비스(J.A.R.V.I.S.)는 Just A Rather Very Intelligent System의 약자로, 직역하면 '그냥 좀 많이 똑똑한 시스템'입니다.

마크 2의 첫 시험 비행 장면에서 HUD(Head-Up Display, 조종사가 고개를 숙이지 않고도 정보를 볼 수 있도록 시야에 직접 투영되는 디스플레이)가 벽 충돌을 경고했는데 그 직후 그대로 벽에 박히는 장면은 초기 토니의 비행 미숙을 유쾌하게 보여준 디테일입니다. 제가 이 장면에서 처음 웃음이 터졌던 기억이 납니다.

리펄서(Repulsor, 아이언맨 슈트의 손바닥과 발에서 발사되는 추진 및 공격용 에너지 장치)를 무기화한 것은 마크 3 단계부터였고, 마크 2에는 아직 기관총이 달려 있었다는 설정도 촬영 당시부터 치밀하게 구성된 세계관이었습니다. 마블 공식 사이트에서도 이 시리즈의 아이언맨 슈트 역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로다주의 애드리브 한 마디가 MCU의 시작이 됐다

아이언맨 1편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사실 꽤 혼란스러웠습니다. 각본가가 작업 도중 도망가는 바람에 감독 존 파브로, 오베디아를 연기한 제프 브리지스, 그리고 로다주가 직접 머리를 맞대고 각본을 처음부터 다시 썼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온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가 바로 마지막 장면입니다.

로다주가 제안했습니다. 자신이 토니라면 신분을 숨기지 않고 바로 밝혔을 것 같다고. 마블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기자회견장에서 "나는 아이언맨이다"라는 한 마디가 탄생했습니다. 그 장면에서 기자 크리스틴이 유독 앉아서 덤덤하게 반응하는 디테일도 인상적입니다. 이미 눈치챘다는 설정이었으니까요. 이 엔딩은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관습처럼 굳어진 비밀 정체(Secret Identity) 공식, 즉 주인공이 끝까지 자신이 히어로임을 숨기는 클리셰를 정면으로 깨뜨린 장면이었습니다.

쿠키 영상에서 닉 퓨리가 어벤져스 이니셔티브를 언급하는 장면도 당시엔 가벼운 팬 서비스로 삽입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가볍던 한 마디가 이후 23편짜리 인피니티 사가로 이어졌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쿠키 영상이야말로 현대 블록버스터 시리즈의 방향을 바꿔놓은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스오피스 모조 기준으로 아이언맨 1편의 월드와이드 성적은 전체 8위였고, 북미 단독 성적은 2위였습니다. 1위는 그해 같이 개봉한 '옆 동네' 영화가 가져갔습니다.

MCU의 유산을 물려받은 멀티버스 사가는 왜 뽕맛이 없을까

엔드게임에서 "아이 엠 아이언맨"이 다시 흘러나왔을 때 제가 느꼈던 감정은 단순한 감동이 아니었습니다. 11년 치 감정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그 이후의 MCU 멀티버스 사가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이건 저만의 느낌이 아닌 것 같고, 실제로 많은 분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언맨 1편이 성공한 이유를 돌아보면, 원작 팬을 존중하는 디테일, 배우와 감독이 함께 각본을 고쳐 쓰는 헌신, 실제로 불을 붙이고 58킬로그램 갑옷을 직접 입히는 집착 같은 것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결과였습니다. 그 유산을 그대로 물려받아서 손쉽게 성공을 이어가려는 태도가 문제였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시각이 꽤 정확하다고 봅니다.

테렌스 하워드 이야기도 이 맥락에서 흥미롭습니다. 아이언맨 1편에서 로드 중령을 연기했던 그는 흥행 성공 이후 로다주보다 높은 개런티를 요구했다가 2편부터 돈 치들로 교체됐습니다. 이후 그는 1×1=3이라는 것을 증명했다며 스스로 '테런수학'을 만들어 공유하고, 우주진동주파수 같은 이야기를 하다 유튜브 채널이 사이비 신봉자들의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한 번의 판단 착오가 커리어를 어떻게 바꿔놓는지 보여주는 씁쓸한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로다주는 마크 1 망치 소리와 마지막 기자회견 대사를 직접 만들어낸 사람이었고, 그게 이 시리즈 전체를 바꿨습니다.

멀티버스 사가(Multiverse Saga, MCU 페이즈 4~6에 해당하는 현재 진행 중인 스토리라인으로, 평행 우주 개념을 핵심 서사로 사용)가 둠스데이로 이어진다 해도, 저는 더 이상 그때의 뽕맛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초기 기획에서 톰 크루즈를 대안 유니버스 아이언맨으로 일루미나티에 넣으려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 영화에서 일루미나티 멤버들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 생각하면 무산된 게 다행이었다 싶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이언맨 1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아이언맨이다"라는 대사는 각본에 원래 있었나요?

A. 아닙니다. 각본가가 작업 도중 이탈하면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존 파브로 감독, 제프 브리지스가 공동으로 각본을 재작성했고, 이 엔딩 아이디어는 로다주 본인이 직접 제안한 것입니다. 만약 기존 슈퍼히어로 영화의 클리셰인 비밀 정체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면 MCU라는 프랜차이즈의 색깔 자체가 달라졌을 거라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의견에 완전히 동의합니다.

Q. 마크 1 슈트는 CG인가요, 실제 소품인가요?

A. 실제 알루미늄 소품과 CG를 조합해 완성했습니다. 총 450개 부품, 무게 58킬로그램의 실물 슈트를 제작했고, 착용할 때마다 스태프들이 전동 드라이버로 직접 조립했습니다. 화염 방사기도 실제로 불을 뿜으며 촬영했다고 합니다. 이 정도 집착이 있었으니 그 장면들이 아직까지도 어색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아이언맨 1편에서 로드 중령 배우가 2편부터 바뀐 이유는 무엇인가요?

A. 1편에서는 테렌스 하워드가 연기했지만, 흥행 성공 이후 로다주보다 높은 개런티를 요구하다가 마블과 결별하게 됐습니다. 이후 돈 치들이 워머신 역할을 이어받아 현재까지 캐릭터를 맡고 있습니다. 하워드는 이후 영화계에서 사실상 은퇴한 상태이며, 독자적인 수학 이론과 우주 주파수 관련 활동으로 더 알려지게 됐습니다.

Q. MCU 쿠키 영상에서 닉 퓨리가 어벤져스를 언급한 건 처음부터 계획된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당시에는 어벤져스라는 거대한 프랜차이즈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기보다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가볍게 삽입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다른 버전에서는 닉 퓨리가 헐크, 스파이더맨, 심지어 뮤턴트까지 장난처럼 언급했는데, 지금 보면 그 장난이 전부 현실이 됐다는 점이 재밌습니다.

Q. 아이언맨 1편과 같은 해에 개봉해 흥행 1위를 가져간 '옆 동네' 영화는 무엇인가요?

A.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입니다. 같은 2008년에 개봉했고, 히스 레저의 조커 연기로 압도적인 평가를 받으며 아이언맨을 제치고 그해 최대 화제작이 됐습니다. 두 영화가 같은 해에 나왔다는 게 슈퍼히어로 영화 역사에서 꽤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아이언맨 1편을 다시 보면 볼수록, 이 영화가 잘 만들어진 이유가 거창한 제작비나 기술력이 아니라 각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들의 집착에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로다주의 아이디어, 파브로의 고집, 실제로 무거운 슈트를 입고 버텼던 현장의 땀이 쌓여서 그 뽕맛이 만들어진 겁니다. 멀티버스 사가가 어떻게 마무리되든, 아이언맨 1편이 깔아둔 기반 위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이스터에그를 염두에 두고 한 번 더 보시길 권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가 바로 이겁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cTr_rq8uKw&t=100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