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on Man 2 아이언맨 2 (케이스 슈트, 빌런, 이스터에그)
케이스 슈트와 수트 디테일, 생각보다 훨씬 깊었다
모나코 레이싱 대회에서 이반 방코가 난입했을 때, 토니가 서류 가방처럼 생긴 케이스에서 수트를 꺼내 입는 장면이 있습니다. 마크 5(Mark V)라고 불리는 이 케이스 슈트는 솔직히 제가 처음 봤을 때 가장 강렬하게 남은 장면이었습니다. 촤라락 하면서 몸에 붙는 그 느낌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인피니티 워 이후로 나노 수트(Nano Suit)가 등장하면서 더 편리해졌다고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때부터 정나미가 딱 떨어졌습니다. 나노 수트란 나노 기술(Nanotechnology), 즉 극히 작은 단위의 소재를 활용해 수트를 액체처럼 분산시켰다가 다시 조립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그 덕분에 오히려 장착 장면의 무게감이 사라졌거든요.
마크 5는 1980년대 코믹스에서 처음 등장한 수트로, 상비용 휴대 슈트인 만큼 공격력과 방어력이 낮고 리펄서 추진기(Repulsor Thruster), 즉 아이언맨 특유의 손바닥과 발바닥에서 에너지를 분사해 비행하는 장치조차 발바닥에 탑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영화를 다시 볼 때 발바닥을 확인해보면 실제로 추진기가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냥 멋으로 넣은 디테일이 아니라, 설정을 철저하게 지킨 디자인이었던 겁니다.
수트 탈착 방식의 변화도 눈에 띕니다. 아이언맨 1편에서는 탈착 자체가 하나의 고생길이었는데, 2편에서는 훨씬 매끄러워졌습니다. 기술 발전을 자연스럽게 시각적으로 보여준 거죠. 다만 로디가 마크 2를 입고 군 기지로 복귀했을 때, 단독 탈착 기능이 마크 7 이후에나 추가된 설정이라 삭제 장면에서는 정비공이 직접 벗겨줬다고 하는데, 이런 설정 하나까지 챙기는 게 좋았습니다. 딴 건 몰라도 수트 하나하나는 역대급이었던 게 아이언맨 2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언맨 2에서 등장하는 주요 수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마크 4(Mark IV): 스타크 엑스포 착지 장면에서 착용한 메인 수트. 1998년 코믹북 76호 표지를 오마주한 착지 자세로 유명합니다.
- 마크 5(Mark V): 케이스 슈트. 비행 기능 없음. 80년대 코믹스 원작 기반.
- 마크 2(Mark II): 로디가 탈취해 워머신(War Machine)으로 개조한 수트. 무거운 실탄 화기 때문에 보조 추진기가 등과 종아리에 별도 장착되어 있습니다.
- 마크 6(Mark VI): 팔라듐(Palladium) 중독 문제를 해결한 신원소 아크 리액터(Arc Reactor)를 탑재한 수트. 영화 후반부에 등장합니다.
이반 방코라는 빌런, 아쉬움이 컸던 이유
이반 방코(Ivan Vanko)는 코믹스에서 두 캐릭터를 합친 인물입니다. 채찍을 무기로 쓰는 위플래시(Whiplash)와, 러시아 버전 아이언맨으로 알려진 크림슨 다이나모(Crimson Dynamo)를 섞어 만든 캐릭터인데, 배우 미키 루크는 이 빌런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실제 러시아 교도소까지 방문했다고 합니다. 문신, 금니, 앵무새까지 전부 본인 사비로 준비했다고 하니 그 열정이 대단합니다.
그런데 마블이 이반 방코의 서사를 대부분 편집해버리면서, 결과적으로 그는 그냥 앵무새 좋아하는 아저씨로 마무리됩니다. 서사가 통편집되긴 했어도, 개인적으로는 그 덕분에 오히려 편집증적이고 광기 어린 모습이 더 직접적으로 드러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뭔가 감춰진 게 많은 인물처럼 보였거든요. 그게 빌런으로서의 캐릭터성을 인상 깊게 만들었습니다. 문신과 금니에서부터 느껴지는 포스가 분명히 있었어요.
그럼에도 빌런의 서사가 더 살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2에서 악당이 조금만 더 입체적으로 그려졌다면, 이건 인피니티 워급 영화가 됐을 수도 있다는 게 솔직한 생각입니다. 마블의 개입이 미키 루크의 캐릭터성을 너무 많이 죽였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충분히 매력적인 빌런이 될 수 있었거든요.
참고로 이반 방코 역에 대한 배우의 준비 과정이나 MCU 빌런 캐릭터 개발 방식에 관심이 있다면, 마블 공식 사이트의 아이언맨 2 프로덕션 노트(출처: Marvel.com)에서 추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스터에그와 떡밥, 알고 보면 진짜 알차다
일반적으로 아이언맨 2는 이것저것 쑤셔 넣은 난잡한 영화로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떡밥인지 모르고 봤을 때는 그냥 지나쳤던 장면들이 다시 보면서 완전히 다르게 보였거든요. 서사가 잘 연결되고 알찼다는 느낌이 오히려 강하게 들었습니다.
청문회 장면에서 토니가 TV를 해킹할 때 핸드폰 화면을 보면 일루미나티(Illuminati) 앱이 있는데, 여기서 일루미나티란 음모론 단체가 아니라 닥터 스트레인지 2편에도 등장했던 마블 코믹스 속 슈퍼히어로 단체를 말합니다. 원작 코믹스에서 토니 스타크가 이 단체의 창립 멤버였기 때문에 심어 놓은 이스터에그(Easter Egg), 즉 영화나 게임 속에 숨겨 놓은 비밀 요소입니다. 2010년 개봉작에서 2022년 영화 떡밥을 이미 심어뒀다는 게 놀랍습니다.
하워드 스타크(Howard Stark)의 짐 속에 있던 물건들도 인상적입니다. 캡틴 아메리카 만화책, 북극 지도, 테서렉트(Tesseract) 연구 흔적이 나옵니다. 테서렉트란 MCU에서 우주적 에너지를 담은 정육면체 형태의 강력한 유물로, 이후 어벤져스에서 핵심 소재로 등장하는 물건입니다. 어벤져스에서 토니가 테서렉트 자료를 보며 낯익은 듯한 표정을 지었던 이유가 이때 아버지 공책에서 이미 봤기 때문이라는 팬들의 가설이 있는데, 납득이 가는 추론입니다.
스타크 엑스포에서 이반 방코의 드론에 맞서던 아이언맨 헬멧 쓴 꼬마가 어린 피터 파커(Peter Parker)였다는 설정은 원래 팬의 가설로 시작했다가 마블이 공식 설정으로 받아들인 사례입니다. 이런 방식의 레트로액티브 캐논(Retroactive Canon), 즉 나중에 공식적으로 인정된 설정이 MCU 세계관을 더 촘촘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MCU의 세계관 구성 방식에 대해서는 아이언맨 2 IMDB 페이지(출처: IMDb)에서도 관련 트리비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언맨 2의 주요 이스터에그와 복선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핸드폰 속 일루미나티 앱: 닥터 스트레인지 2편 복선이자 코믹스 오마주.
- 하워드 스타크의 공책 속 테서렉트 메모: 어벤져스 연결 고리.
- 캡틴 아메리카 방패 모형: 아이언맨 1편에도 등장했고, 데드풀과 울버린에도 재등장.
- 어린 피터 파커 카메오: 팬 가설에서 출발해 공식 설정이 된 사례.
- 세계 지도 속 와칸다(Wakanda) 표시: 블랙 팬서 복선.
자주 묻는 질문
Q. 아이언맨 2 케이스 슈트, 마크 5는 비행이 되나요?
A. 마크 5는 휴대성에 특화된 상비용 수트라 비행 기능이 없습니다. 리펄서 추진기 자체가 발바닥에 탑재되어 있지 않아서, 영화 속 실제 발바닥 장면을 보면 추진기가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이언맨 수트는 전부 비행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마크 5는 공격력·방어력·비행 모두 낮은 긴급용 수트입니다.
Q. 이반 방코가 왜 캐릭터가 아쉽다는 평이 많은 건가요?
A. 배우 미키 루크가 러시아 교도소 방문, 문신, 금니 등을 직접 준비하며 입체적인 빌런을 만들려 했지만, 마블이 그의 서사 부분을 대부분 편집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개인적인 동기나 심리적 깊이보다는 단순한 적대자로 소비되어, 배우의 준비 대비 결과물이 아쉽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Q. 아이언맨 2의 어린 피터 파커 설정은 공식인가요?
A. 처음에는 팬의 가설이었지만, 마블이 이후 공식 설정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스타크 엑스포가 피터의 고향인 퀸스(Queens)에서 열렸다는 설정과 맞물려 공식 인정된 경우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팬 가설이 캐논으로 편입되는 사례가 MCU에서는 종종 있습니다.
Q. 아이언맨 2가 혹평을 받는 이유가 뭔가요?
A. 원래 알코올 중독으로 무너진 토니가 재기하는 서사를 담은 코믹스 '병 속의 악마'를 영화화하려 했으나, 어벤져스 복선, 블랙 위도우 데뷔, 워머신 등 여러 요소를 한꺼번에 욱여넣으면서 중심 서사가 희석됐습니다. 알코올 중독이 팔라듐 중독으로 대체된 것도 이 과정에서 생긴 변화입니다. 이것저것 넣은 것 치고 잘 만든 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개별 요소들의 완성도에 비해 전체 서사의 응집력이 낮다는 평이 많습니다.
Q. 아이언맨 2에서 워머신 수트에 보조 추진기가 달린 이유가 있나요?
A. 마크 2 자체가 다른 수트들보다 무거운 데다, 워머신으로 개조되면서 실탄 화기가 대거 추가됐기 때문입니다. 추가 중량을 감당하기 위해 기본 리펄서 추진기 외에 등과 종아리에 보조 추진기가 달려 있으며, 이는 화면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디테일입니다.
아이언맨 2는 삼부작 중 최악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적어도 디테일과 복선의 밀도만큼은 MCU 초기 영화 중 손꼽힐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빌런의 서사가 더 살아 있었다면 전체 평가가 달라졌을 거라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최근 마블의 행보를 보면 이런 디테일보다 각본의 완성도 자체가 더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아이언맨 2를 아직 못 보셨거나 한 번만 보셨다면, 이 글에서 짚은 장면들을 의식하며 다시 한 번 보시는 걸 권합니다. 분명 다르게 보일 겁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j6iuVDXddqA